최근 중동 지역의 장기화된 분쟁과 이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한국 경제의 혈관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지난달 한국의 원유, 나프타, 헬륨 등 핵심 원자재 수입 규모가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중동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무역 통계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달 원유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한 59억 5천만 달러에 그쳤으며, 중동산 원유의 비중은 73%에서 10% 포인트나 하락한 63%로 떨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하여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들의 수출액이 대폭 감소한 반면, 미국산 원유 수입액은 75.8% 폭증하며 1 년 8 개월 만에 최고점을 기록할 만큼 대체 공급망이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동산 원유가 감소한 공백을 메운 것은 주로 미국산 원유였다. 미국산 원유는 국내 정유 공정에 적합한 경질유 특성을 지녀 중질유와 혼합하여 활용하기 용이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 정유업계는 단기 현물 거래를 확대하며 미국산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 역시 중동산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미국 비중 확대를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으며,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중요한 전략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호주산과 말레이시아산 원유 수입량도 각각 44.7%와 140.5% 증가하는 등 수입선 다각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중동 전쟁이 진정되더라도 중동산 원유 도입과 수송 경로의 분산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석유화학 산업의 근간이 되는 나프타의 경우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나프타 수입액은 전년 대비 23.8% 감소한 19억 9 천만 달러에 그쳤으며,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중동산 나프타 수입량이 줄어든 반면 오만산과 그리스산, 미국산 나프타 수입량은 각각 28.5%, 193.5%, 5 천 652.8% 급증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등 다양한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서 공급 불안정은 생산비 상승과 공장 가동률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나, 기업들은 특정 지역에 몰린 공급 구조의 위험을 인식하고 단가보다 조달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인 냉각재인 헬륨의 경우 상황이 더욱 예민하다. 지난달 헬륨 수입액은 전년 대비 23.5% 감소했으며, 최대 공급처인 카타르산은 30.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카타르의 주요 헬륨 생산 시설이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멈추면서 생산 차질이 우려되는 가운데, 한국은 헬륨 수입의 64%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어 대체 수입처 찾기가 원유나 나프타보다 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산지 집중과 해상 운송로의 병목 현상이 겹친 구조적 공급 충격으로, 단기적으로는 물량 확보 중심의 조달 체계 전환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고유가와 공급망 단절에도 생산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공급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현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며 보건의료와 핵심 산업에 필요한 석유화학 원료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한국 산업이 특정 지역과 해상 운송로에 얼마나 깊게 기대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러한 흐름은 원유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원료와 산업용 가스까지 포함된 전반적인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단순한 수입처 확대를 넘어 비축 확대, 물류 경로 다변화, 장기 계약 체결 등 포괄적인 정책과 기업 전략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