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미국과 이란 간 두 번째 종전 협상이 결렬되자 글로벌 증시가 예상치 못한 방향성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투자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자체보다 다른 핵심 요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준 연구원은 해당 증권사의 최신 보고서에서 최근 시장 흐름을 살펴보면 중동에서 비롯된 긴장局势, 특히 해협 봉쇄와 같은 악재가 이미 자산 가격과 투자 심리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는 지정학적 충격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제는 위험 요소 자체보다 그 이후 시장을 움직일 새로운 재료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쟁 관련 뉴스보다 금리 방향과 성장세, 기업이 실제로 얼마나 수익을 올렸는지가 증시의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며, 투자자들은 이제 본질적인 펀더멘털에 더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시장 참가자들이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중요한 일정은 29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와 그 이튿날 발표될 미국의 1 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미국의 기준금리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회의로서, 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한다. 여기에 성장률 지표까지 함께 발표되면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둔화되는지 아니면 견조한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금리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경기 흐름에 대한 안도감이 동시에 확인된다면, 최근 소극적이었던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망이다. 두 가지 핵심 지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시장의 방향성을 확신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동일한 기간 동안 발표되는 기업 실적 역시 시장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9 일과 30 일 장 마감 이후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메타플랫폼스, 애플 등 미국의 대표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실적을 공개한다. 이들 기업은 미국 증시 내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과 인공지능, 클라우드, 디지털 광고, 소비 흐름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크다. 김대준 연구원은 거시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다소 누그러진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까지 양호하게 나오면 투자 심리 회복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술 주도 성장세와 함께 실적이 뒷받침된다면 시장의 상승 동력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에도 이러한 글로벌 흐름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코스피와 미국 나스닥 간의 상관성이 다시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미국의 기술주 실적 개선은 반도체와 정보기술 비중이 높은 국내 코스피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와 기계 업종, 특히 원전과 전력 관련 종목이 주도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중동 전쟁 충격으로 인해 고유가 환경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기존 에너지원의 대체 가치사슬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가전 분야의 이차전지와 에너지 분야의 신재생 관련 업종이 거론됐는데, 최근 실적이 바닥을 찍고 개선되는 이익 턴어라운드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포트폴리오 내 비중 확대를 검토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지정학적 불안이 더 커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시장의 중심축이 뉴스 충격보다 금리와 성장, 실적이라는 본래의 펀더멘털 요인으로 다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