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지역의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흥미로운 구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기존에 압도적인 인기를 끌던 비트코인보다 미국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공상승하는 물가율과 본국 통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환경 속에서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려운 주민들이 자산을 방어하기 위해 '디지털 달러화'를 찾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코인텔레그래프가 보도한 비트소(Bitso)의 2025 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의 매수 규모가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앞지르는 역사적인 순간이 도래했다. 이는 단순한 투자 성향의 변화가 아니라 지역 경제의 구조적 위기 속에서 나타난 생존 전략의 일환임을 시사한다.

비트소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자사 거래소를 이용하는 약 1 천만 명의 개인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라틴아메리카의 가상자산 채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5 년 전체 매수 거래량의 40% 는 테더의 USDt 와 서클의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했다. 반면 비트코인의 비중은 18% 에 그쳐 스테이블코인을 압도하지 못했다. 지역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매수량이 비트코인을 능가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로, 이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시장 동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수치는 더 이상 비트코인이 유일한 왕좌를 점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며, 실제 생활 수요가 투자 성향보다 더 강력한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실생활에서의 실질적 필요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보고서에서는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저축 수단, 일상 결제 수단, 그리고 국경 간 송금 수단으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자체도 완전히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현지 통화에 비해 가치 하락 속도가 느리고 세계의 기축통화로 인식되는 만큼 안정적인 기준점으로 여겨진다. 물가 상승과 통화 불안이 반복되는 여러 국가에서는 은행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도 달러화 자산에 접근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환경에서 비교적 손쉽게 보유할 수 있는 '디지털 달러'로 자리 잡으며 글로벌 시장 규모가 약 3 조 2 천억 달러로 확대되는 등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에서 채택이 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비중이 커졌다고 해서 비트코인의 역할이 약해진 것은 아니다. 비트소는 비트코인이 여전히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 보유 자산이라고 평가하며, 2025 년 기준 지역 내 가상자산 포트폴리오의 52% 에 포함돼 전년 대비 큰 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크지만 희소성과 탈중앙성, 공급 확대의 어려움 등 고유한 특성 때문에 '가치 저장 수단'으로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 최근에도 가격이 급등락하며 변동성이 재차 부각되었지만,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단기 보관과 결제에 쓰이고 비트코인은 장기 보유에 활용되는 이원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이러한 채택 변화는 암호화폐 시장이 투기 자산 중심에서 생활형 금융 도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비트코인을 앞선 것은 지역 경제의 구조적 불안이 디지털 자산 사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