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서 진행된 디지털자산 규제안인 클래리티(Clarity) 법안이 무산되면서 관련 주식은 급격히 하락했다. 코인베이스와 서클 같은 주요 기업의 시가 8% 이상 떨어졌고, 비트코인은 약세를 보였다.

16일 오전 8시 기준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BTC)은 전날 오전 9시에 비해한 2.44% 하락하며 1억311만 원에 거래됐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3.25% 내린 7만5857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ETH)은 4.69% 하락한 2406.83달러, 엑스알피(XRP)는 9.28% 내린 1.3달러에 거래됐다.

코인글래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에서 약 2억3229만 달러(3167억원)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됐으며, 이 가운데 약 84.5%가 롱(매수) 포지션이었다.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약 6억6997만 달러(9380억원)의 청산이 발생했다.

이번 하락은 미국 상원에서 클래리티법 처리가 무산된 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경계감까지 겹치면서 나타났다. 미국 상원은 클래리티법을 재논의하기 위한 절차 표결에 49표 찬성, 50표 반대가 부결돼서 법안 처리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로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 규제 체계 마련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클래리티법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디지털자산에 적용할 규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며,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권한을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법안 처리 무산 소식에 미국 증시의 디지털자산 관련주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코인베이스는 전 거래일 대비 10.10% 하락한 172.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은 11.41% 내린 86.30달러, 갤럭시디지털은 7.63% 하락한 22.29달러에 마감했다.

다른 디지털자산 관련 기업에도 매도세가 이어졌다. 로빈후드는 3.39% 내린 110.45달러, 이토로는 4.18% 하락한 28.66달러를 기록했다. 채굴기업들도 약세를 보였는데, 라이엇플랫폼은 5.97% 하락한 19.70달러, 클린스파크는 4.90% 내린 12.62달러에 마감했고, 아이렌은 3.68% 떨어진 41.58달러를 기록했다. 코어사이언티픽은 4.36% 하락한 16.23달러를 기록했다.

클래리티법 처리 무산과 함께 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경계감도 시장에 부담을 주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90% 이상 반영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근원 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웃돈 듯해 국제유가까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졌다. 이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04%까지 상승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크리스 세니엑 울프리서치 전략가는 “연준이 선물시장의 예상대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 하방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첫 금리 인상 이후 6~12개월 동안 주식시장이 회복해 상승세로 전환하는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상승도 위험자산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브렌트유는 15일 약 3% 올라 배럴당 109달러에 근접한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송유관과 리비아 유전의 가동 차질로 원유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당분간 클래리티법 처리 무산에 따른 규제 불확실성과 연준의 통화정책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준의 금리 결정과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발언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