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대면 수백억대 jackpot"이라는 말처럼 외식 업계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사람들의 생존 전략은 단순한 운이 아닌 치밀한 계산과 끊임없는 혁신에서 비롯된다. 지난 24일 서울 압구정동 캐비아 본사에서 만난 박영식 SG다인힐 대표는 외식업의 본질을 거칠면서도 냉철하게 분석했다. 그는 외식업을 노력 대비 성과가 극히 낮은 사업으로 규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재미나는 점을 발견해 이 산업에 매달린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캐비아는 단순한 맛집 메뉴를 넘어 밀키트와 유통 상품을 아우르는 지식재산 기업으로 변모했고, 맛집의 경험을 상품화하여 파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박 대표는 외식업이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이라는 고질적인 문제 속에서도 소비자 기대치가 높아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같은 메뉴라도 지역과 시간대, 분위기 등에 따라 성과가 천차만별이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다. 그럼에도 그는 20 년 넘게 이 업계에서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시장에 없던 수요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삼원가든 창업주이자 골프선수 박지은의 동생이라는 '금수저' 배경을 가졌음에도 그는 뉴욕대 호텔경영학과 출신답게 가업 승계에 안주하지 않고 2007 년 은행 대출로 신사업인 SG다인힐을 설립해 자체 브랜드를 키웠다.

박 대표는 블루밍가든, 붓처스컷, 투뿔등심 등 다양한 업스케일 브랜드를 연이어 선보이며 기업을 꾸준히 성장시켰다. 매출은 2020 년 467 억 원에서 2025 년 488 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600 억 원 규모를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캐비아 사업은 2020 년 145 억 원에서 지난해 750 억 원으로 급증하며 5 년 만에 약 417% 성장했다. 그는 자신을 2 세라기보다 1.5 세에 가깝다고 표현하며, 가업이라는 토대 위에 직접 실패와 흥행을 체험한 기업가 정신을 과시했다. 그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냉철한 전략이다. SNS 를 타고 급부상했다가 몇 달 만에 사라지는 유행의 흐름을 정면으로 피하기보다는, 소비자가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곧 받아들일 만한 지점을 미리 포착해 '시대보다 반발 정도' 앞서가는 타이밍을 잡는다. 너무 앞서면 소비자가 따라오지 못하고, 너무 늦으면 레드오션에 빠지기 때문이다. 2012 년 론칭한 '투뿔등심'은 당시 소주나 맥주와 어울리는 고깃집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든 선구적인 사례다. 고기 부위별 선호도를 뒤집은 채끝 등식도 당시 낯선 시도로 여겨졌으나, 시장의 공식을 비틀어 새로운 기회를 열었다.

반짝 성공은 의외로 어렵지 않지만, 오래 가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한 모방이 불가능한 차별화가 필수적이다. 투뿔등심처럼 큰 성공을 거둔 뒤에는 유사한 매장이 쏟아져 나옴으로써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유통 구조, 서비스 방식, 공간 경험 등 남이 쉽게 베끼기 어려운 요소를 반드시 포함시키려 노력한다. 또한 잘될 때일수록 브랜드를 갱신해야 한다는 '끊임없이 바꾸는 것'의 전략도 핵심이다. 가만히 있으면 브랜드가 늙어가기 때문에 인테리어, 메뉴, 서비스 디테일 등을 주기적으로 리뉴얼하여 늘 새 브랜드처럼 보이게 유지한다. 그는 외식업을 개업의 산업이 아닌 유지와 개선의 산업으로 정의하며, 최근에는 매장당 월 매출 1 억 5 천만 원 수준을 여러 개 만드는 방식에서 점포당 3 억~5 억 원 규모의 대형 모델을 선호하는 추세로 전환했다. 이는 외식업이 인건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규모가 작으면 남는 돈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수익률뿐만 아니라 매출 총량과 회전 구조를 함께 고려한 뷔페형 브랜드나 무한 리필 모델도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박 대표는 고객에게 승리감을 주는 심리적 설계도 중요한 전략으로 꼽는다. 가성비란 단순히 싼 가격이 아니라 손님이 돈을 내고도 "내가 이겼다"고 느끼게 하는 경험을 의미한다. 맛뿐만 아니라 공간과 서비스, 메뉴 구성까지 합쳐 심리적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그는 고객 입장에서 어떤 메뉴 조합이 덜 아깝게 느껴지는지, 어떤 서비스가 더 만족스러운지 끊임없이 계산한다. 타깃도 20 대 초반보다는 소비 여력이 있고 식사에 돈을 쓸 이유가 명확한 30~50 대를 중심으로 설정하며, 최근에는 가족 모임과 데이트, 접대 수요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적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아이를 데리고 와도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그가 직접 아이를 키우며 느낀 불편함을 브랜드에 반영한 결과다. 그는 외식업은 현장 노가다 사업이라 대표가 매일 매장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디테일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까지 전 매장의 음식 사진을 매일 카톡으로 확인했던 그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현장의 변화를 예민하게 읽는 것이 성패를 가른다고 본다. 청년들에게 외식업을 만만하게 보지 말라며 임대료, 인건비, 원가 관리 등 모든 요소가 동시에 돌아가는 복잡한 시스템을 설명했다. 오늘 잘되는 브랜드가 3 년 뒤에도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는 배움이 크다고 조언했다. 충분한 고민과 현장 경험을 통해 배우는 시간이 필수적이며, 실패 뒤 세상 탓만 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