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국제 석유 카르텔인 OPEC 및 OPEC+ 의 회원국 자격을 포기한 결정이 세계 원유 시장에 미칠 충격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다만 장기적으로 산유국들 사이의 공급 관리 시스템과 가격 통제 능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주요 금융기관인 HSBC 는 최신 보고서에서 UAE 가 이달부터 카르텔에서 완전히 이탈하더라도 즉각적인 공급량 변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 상태에 놓여 있어 걸프 지역 원유 수출이 막혀 생산 확대가 곧바로 시장 공급 증가로 연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UAE 는 카르텔 내에서 가장 중요한 산유국 중 하나였으나, 이번 탈퇴 결정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충돌하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 속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지난 2 월 말 이후 사실상 봉쇄된 상태이며, 이는 중동산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이동하는 데 결정적인 병목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HSBC 는 이러한 수출 제한 상황에서 UAE 의 추가 생산 여력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아부다비 국영 석유 회사인 ADNOC 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푸자이라 항으로 원유를 운송할 수는 있으나, 하루 약 180 만 배럴 수준의 처리 능력으로 이미 최대 가동률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UAE 의 생산 증대가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통행이 정상화될 경우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때 UAE 는 카르텔의 생산 할당량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되며, ADNOC 는 하루 생산량을 450 만 배럴 이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된다. 이는 2026 년 5 월 기준 카르텔 할당량인 약 340 만 배럴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막대한 공급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HSBC 는 이러한 생산 증대 계획이 즉각적으로 현실화되기보다는 향후 12 개월에서 18 개월 사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시장 수요와 가격 변동에 맞춰 신중하게 생산을 조절하겠다는 ADNOC 의 전략과도 일치하며, 최근 감소한 글로벌 원유 재고를 보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UAE 의 탈퇴는 카르텔 내 결속력과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핵심 걸프 산유국의 이탈은 공급 조절 합의를 유지하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다른 회원국들의 감산 이행률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UAE 가 2030 년까지 1500 억 달러 규모의 막대한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확장하고 있는 점은 향후 할당량 제약 없이 자원을 적극적으로 수익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카르텔 내부의 이해관계 균열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HSBC 는 회원국 간 규율이 약화될 경우 수요 둔화나 비카르텔 국가의 공급 증가 국면에서 카르텔이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실제 영향은 다른 산유국들의 대응 방식과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불확실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재편이 어떻게 맞물릴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단기적인 공급 부족보다는 장기적인 시장 구조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