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기업이 공급망을 통해 수주를 끊수 있는 실적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한 실적 공개가 어렵다는 지점이 부상한다. 한국경제신문은 최근 발표된 DART(전자공시 시스템) 분석 결과, ‘반도체 제조용 기계 제조업’ 업종에서 단일판매·공급계약의 공시 건수가 올해 상반기에 5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4배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대형 반도체 업체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수주가 급증한 현상을 보여 주는 자료다.

하지만 소부장 기업은 이로 인한 ‘비공시’ 압박을 겪고 있다. 대기업이 공급계약에 대해 “우리는 거래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음을 대표자들은 지적한다. 이에 따라 소규모기업은 계약 상대방과 금액, 기간 등 전반 정보를 자율로 공개하지 않음으로 고객사와 투자자에게 불편한 상황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3일 ‘코스닥 상장사’ 중 최근 6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업종별 하위 10%인 기업은 상속·증여세 평가 시 현행보다 최소 30% 높은 가격으로 주식 가치를 산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는 저평가를 통한 세금 회피를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소부장 업계는 ‘실적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없는 현실’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표자들은 “주주들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전화를 걸어 ‘주가를 왜 못 올리느냐’고 항의한다”며, “탄탄한 실적을 시장에 보여 주고 싶어도 고객사 눈치를 봐야 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밝혔다.

소규모기업이 대형 반도체 업체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실적 공개가 어려운 상황은 기업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스닥 시장에 포진한 상당수 소부장 기업은 탄탄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한 주가 상승 흐름에서도 소외된 곳이 많다. 이러한 현상은 대형 반도체 업체와의 협력 관계를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광식 기자 |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