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 채권시장은 국채와 정부 보증채를 합해 약 2조9천억 원에 달아질 전망이다. 올해 대비 20조원 이상이 늘어나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과 대규모 공급 부담이 동시에 가중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변동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대형기업이 신규 채권 매입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낳게 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가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내년 국채(외화평형채권 제외)와 국내 정부 보증채의 총액은 올해 267조5천억 원에서 287조7천억 원으로 20조2천억 원(7.6%) 상승한다. 특히 국고채(222조8천억 원)와 국민주택채권(15조3천억 원)을 합하면 총 발행액은 238조1천억 원이 될 전망이다. 이는 올해 239조8천억 원보다 1조7천억 원 감소한 수치다.

정부 보증채의 경우, 올해는 27조7천억 원에서 내년에는 49조6천억 원으로 21조9천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전략산업기금과 공급망안정화기금이 각각 6조4천억 원과 9조7천억 원에서 15조5천억 원과 15조7천억 원으로 늘어질 전망이다. 한국장학재단채권 역시 11조6천억 원에서 12조4천억 원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규모는 실제 신규 발행액이 상환 규모와 사업 집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채 시장의 공급 폭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간 4.014%로 상승해 202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이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대규모 채권 공급 부담이 동시에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채 수급에 변동이 생기면, 은행·보험사·연기금 등 투자자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래대응기금은 100조원 이상을 쌓일 전망이며, 이 자금을 활용해 채권시장을 안정시키는 시나가 주목되고 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내년 평균 운용잔액을 약 73조1천억 원으로 추산하고, 그 중 35%를 국고채에 투자할 경우 약 25~26조 원의 매입 수요가 생길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총 발행액에서 11% 정도에 해당하며, 기금이 채권시장의 새로운 수요 기반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형기업으로서 국채 매입을 통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잠재적 ‘큰손’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에 쌓인 여유자금은 안정적으로 운용될 투자처를 찾고 있으며, 단기 여유자금이 필요하므로 신용위험이 낮고 유동성이 높은 국고채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시장에 번지고 있다.

정부가 한쪽에서 연간 4% 이내의 금리를 부담하며 국고채를 발행하고, 다른 쪽에서는 미래대응기금으로 이를 다시 활용할지 여부가 논란이다. 기금 여유자금 상당액을 채권 매입에 투입하기보다 신규 발행을 줄이거나 상환에 활용하는 것이 전체 이자비용을 낮추는 데 유리할 수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constrain|>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