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주가 최근 급격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재빼으로 국채에 몰리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연속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10년물 국채는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에 따라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기술주 조정 시 채권시장이 가속화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계에 따르면 지난 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17bp(1bp=0.01%) 하락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100지수는 5.5% 급락하였다. 두 지표가 한 주 동안 이 정도로 동반 하락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하며, 이는 지난 몇 년간 지속되던 기술주와 채권의 함께 하락 흐름에서 벗어난 신호라 한다.
미국 국채는 올해 들어 전통적인 안전자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물가 상승률과 견조한 경기 상황, 정부의 대규모 차입에 더해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금리 상승을 부추웠다. 10년물 국채는 최근 7개월 연속 상승하며 20여 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하지만 AI 산업 성장 전망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와 같은 업체들의 채권 가격 하락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채권시장 반등을 강화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투자자들의 포지션이다. 최근까지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베팅한 선물 매도 포지션이 이례적으로 많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 기술주 급락으로 국채 가격(금리 하락)이 오르자 일부 추세추종형 투자자들이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강세가 강화된 것이다. AI 관련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줄어들 가능성도 국채시장에는 긍정적이다. 올해 미국 투자등급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약 1조700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다. 대형 기술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늘린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연준 금리 인상은 부담이지만, 국채의 안전자산 복귀를 확신하기는 이르다. 지난 주 예상보다 높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자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한때 50% 수준까지 반영했다. 이후 기술주 매도세가 심화하면서 인상 전망은 낮아졌지만, 시장은 여전히 연내 한 차례, 2027년 추가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도 부담이다. 지난 16일에는 유가가 상승하자 미국 주식과 국채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스티븐 배로 스탠다드은행 G10 전략 책임자는 최근 국채 반등이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위험과 국채보다 주식을 선호하는 구조적 자금 흐름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사히코 루 스테이트스트리트 투자관리 선임 채권 전략가는 AI 관련 위험회피 심리가 더욱 강해질 경우 미국 국채가 다시 유효한 방어 자산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향방도 주목된다.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다시 주목받으면서 비트코인(BTC)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술주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국채로 이동하는 위험회피 국면에서는 비트코인 역시 매도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비트코인이 나스닥 등 기술주와 높은 동조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AI 관련주 조정이 이어질 경우 추가 하락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국채금리 하락이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완화로 이어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인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비트코인의 방향은 기술주 조정의 깊이와 국채금리 하락의 배경,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