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19년 말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3%를 넘어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재확인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중되고,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확대와 기술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동시에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는 현상이다.
전쟁·재정적자·회사채까지… 채권시장 ‘삼중고’
미국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7%를 넘어 2025년 초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며, 장기 수익률이 상승할 때 채권가격은 하락한다는 기본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금리 상승 요인은 복합적이다. 이란 갈등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연방정부의 재정적자와 기술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공급부담을 더하고 있다. 새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은 투자 심리를 압박한다.
미국 경제가 높은 금리에도 견조한 모습을 보이며, 장기 국채를 서둘러 매수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향후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채권을 보유하려는 투자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버트 팁 PGIM크레딧 최고투자전략가 겸 글로벌채권 책임자는 최근 상황을 두고 “기본적으로 정상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자리 잡은 초저금리는 오히려 예외적인 환경이었으며 현재 시장이 금융위기 이전의 금리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는 장기 수익률 상승에 가장 직접적으로 부담을 받는다. 기존 국채 만기가 돌아올 때 더 높은 금리로 신규 국채를 발행해야 하므로, 연방정부 세입 중 약 5%가 국채 이자를 지급하는 데 쓰이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연방정부의 이자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평균 2.1%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3.3%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2036년에는 4.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공공 보유 국가채무는 GDP의 약 100%에 달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기록한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CBO는 금리가 전망보다 전반적으로 0.1%포인트만 높아져도 순이자비용이 3790억달러 추가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기업연구소(AEI) 경제정책연구 책임자는 “문제는 금리 상승 자체보다 재정적자”라며, “한 가지를 걱정해야 한다면 향후 10년간의 재정적자 전망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적 장세가 끝나면 증시도 금리 주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채 수익률 상승은 미국 경제 전반에 자금조달 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를 주요 경제정책 목표로 제시해 왔으며,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재정적자를 줄여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국채 수익률은 오히려 상승했다. 일부 시장 참가자는 베선트 장관의 엔화 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이 일본의 미 국채 매도 압력을 줄이려는 움직임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하지만 금리 상승 흐름을 돌려놓지는 못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 4.725%에서 4.706%로 소폭 하락했으나,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나스닥지수는 1.3% 떨어졌고 S&P500지수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각각 0.7%, 0.2%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구성 종목 30개도 장중 일제히 하락했다.
키스 러너 트루이스트어드바이저리서비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까지 시장이 금리 상승을 무시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들의 실적 호황 덕분”이라며, “실적 시즌을 지나면서 시장의 관심이 금리로 더 많이 이동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