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8시10분 기준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BTC)은 전날 오전 9시 대비 0.05% 상승한 1억642만원에 거래됐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0.54% 내린 7만8095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ETH)은 1.19% 하락한 2,456.81달러, 엑스알피(XRP)는 2.07% 내린 1.39달러에 거래됐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에서 약 8305만달러(약 1113억원)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됐다. 이 가운데 약 63.4%는 롱(매수) 포지션이었다.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약 3억8609만달러(약 5405억원) 규모의 청산이 발생했다.

미국의 이란 원유 수송선 공격 이후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국제유가도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6달러를 넘어섰고 브렌트유는 7월 말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1달러를 돌파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증시와 디지털자산 등 위험자산 전반에 하방 압력이 가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산업재와 경기소비재 종목의 약세로 0.5% 하락했으며, 나스닥100 지수도 엔비디아와 아마존, 알파벳 등의 부진 영향으로 0.3% 떨어졌다.

이에 비트코인의 상승 동력도 약화됐다. 비트코인은 8만달러선 재돌파를 시도했지만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위험회피 심리가 맞물리면서 상승분을 반납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도 위험자산에 부담을 더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부각됐다.

시장의 관심은 엔화 움직임에도 쏠리고 있다. 엔화는 달러당 153엔 수준까지 강세를 보이며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8월 초 이후 엔화 가치는 약 6.5% 상승했다.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주식이나 디지털자산 등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엔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면 투자자들의 포지션 청산을 촉발할 수 있다.

바차트가 블룸버그 자료를 인용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9월 초 기준 엔화 매도 포지션은 5조엔을 웃돌며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시장에서는 엔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대규모 매도 포지션 청산이 글로벌 위험자산의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차루 차나나 삭소 최고투자전략가는 “일부 엔화 매도 포지션이 이미 축소됐지만 포지션 규모는 여전히 상당하다”며 “엔화가 추가로 강세를 보이면 점진적인 레버리지 축소가 훨씬 빠른 자기강화적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엔화 강세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오는 28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도 엔화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 베선트 장관은 8일 미국 텍사스 서던메소디스트대학교 행사에서 엔화 시장 개입 시 일본은행과 일본 정책당국의 움직임을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추가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와 엔화 흐름에 더해 미국 물가 지표가 비트코인의 단기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국내시간으로 10일 오후 9시30분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를 발표하며, 11일에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공개할 예정이다.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경우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에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둔화할 경우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되면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